<알밤들이 소리치고 있다>

2020. 3. 23. 14:49나의 이야기

 

<알밤들이 소리치고 있다>

 

잘 익은 알밤이 터지며 소리친다

야, 이놈들아

사는 게 뭐 별거 있는 줄 아냐

춘하의 거친 시절 없이 단풍잎의 빛깔이

어찌 곱게 생겨 났을까

단 한 구절 달짝한 술 멍이라도 터뜨리고

서로에게서 붉게 떠나가거나

서로를 붉게 떠나보내는 것도

불통에 요동치는 즉통의 비즈니스다

하여

군말 없이 뜨겁게 내어 줄

군더더기 없는 노란 알몸 하나라도

군밤처럼 남아 있다면

입천장이 화들짝 데이는

눈에 보이지 않던 뜨거운 불맛이라도

꿀꺽 달게 삼키는 짓

외진 서로의 속내까지 질끈 삼킨 뒤에야

새까맣게 타버린 껍데기를 버리고

한동안 다시 멀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

 

노점 불빛에 얼굴을 적셔가는 걸음들아

청노란 연탄 불꽃에 찔리는

속 뜨거운 알밤들이 펑펑 소리치고 있다

 

*다른 저장소 또는 다른 이의 글에서 가져온 글 *