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두 번째 닭이 운다>

2020. 3. 23. 14:26카테고리 없음

 

<두 번째 닭이 운다>

 

두 번째 닭이 운다

예수도 부처도 아르튀르 랭보도

사람들이 그냥 세상 사람처럼 사는 걸 못 참았는데

닭이 그냥 동네 닭처럼 우는 걸

바퀴벌레들이 바퀴벌레처럼 숨는 걸

사람들이 눈꺼풀 벗기며 잠자리에서 일어나

건강식 한 공기 삼키거나

빵 한 조각에 인스턴트커피 마시고 집을 나서는 걸

못 참아했는데

아파트 밖 겨울 초등학교 짐승 우리에서

못 견디겠다는 듯이

어눌한 어조로 닭이 세 번째 운다

조금 후엔 사람들이 하나같이

엘리베이터에 몸을 한번 넣었다가 끄집어내어두번ㅉ

말없이 건물을 빠져나가리라

아파트 불빛에 잡히지 않는 겨울비가

나오는 사람마다 이건 누구지?

하나씩 냄새를 맡고 있다

 

겨울비 내리는 대구 숙소의 새벽에...

 

*다른 저장소 또는 다른 이의 글에서 가져온 글 *